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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교

필리핀 양한갑선교사님 미얀마선교 제5호통신

유대식2012.10.30 21:52조회 수 4416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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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3차선교 제5통신


양한갑 최영인 선교사

양곤(Yangon)행 버스를 타기 전에 마음속으로 단단한 준비를 했습니다. 아담목사가 칼라이미오에서 양곤까지는 약 26시간이 걸린다고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월요일 오전 10시에 출발했던 버스는 정확히 28시간만인 그 다음 날 화요일 오후 2시 5분에 양곤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다리와 허리가 펴지지 않는 고통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었습니다.

칼라이미오 시외버스 터미널은 많은 사람들로 분주했습니다. 특별히 월요일부터 한 달 동안 칼라이미오 활주로 공사 관계로 공항을 폐쇄해서 모든 사람들이 시외버스 터미널로 나왔습니다. 하루에 한 대만 양곤행 버스가 있는데, 공항 폐쇄로 인해 버스 두 대가 배차되어 있었습니다. 배웅 나온 칼라이미오 목회자들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올랐습니다. 지정 좌석에 앉으니 좌석 앞에는 큰 생수 한 병, 치약, 칫솔, 물티슈 그리고 차몰미 용 비닐 봉투가 있었습니다. 버스회사에서 승객들에게 주는 무료 서비스였습니다. 그것들을 보면서 진짜 26시간 동안 가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버스는 10시 정각에 출발했습니다.

운전기사는 출발하면서 미얀마 중이 암송하는 염불 소리를 틀었습니다. 볼륨을 최대까지 튼 것처럼 귀가 찢어질 듯 했습니다. 아담목사는 안전을 기원하는 염불이기 때문에 그냥 참고 가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한 5분 정도 하겠지 했는데 무려 30분 동안 똑같은 말로 이어지는 염불을 들으면서 가야만 했습니다. 염불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조수가 미얀마 유행가를 틀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말로 부르는 음악을 들으며 간다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칼라이미오를 벗어나자 버스는 심하게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비포장 도로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기로 인해서 길은 험하게 파져있었습니다. 심하게 흔들릴 때마다 옆에 아담목사 어깨로 쿵! 차 유리창으로 쿵! 2시간 정도 그렇게 흔들자 정말 속이 울렁울렁 해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담, 이렇게 몇 시간을 더 가야 하는거야?” “12시간이요.” “뭐, 뭐라고?” 하늘이 노랗게 보였습니다. 미얀마 유행가만이라도 꺼주었으면 했습니다. 4시간 정도 달렸을 때 점심을 위해서 한 허름한 가게 앞에 정차했습니다. 주문 메뉴는 없었습니다. 이미 버스 회사와 짜고 만든 음식이 테이블에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후딱 먹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어어~~ 이거 뭐야?” 버스가 갑자기 계곡 아래로 내려가더니 물이 철철 흐르는 하천을 건넜습니다. 나무로 만든 다리가 썩어서 끊어졌던 것입니다. 그처럼 다리가 없고, 공사 중인 하천을 건넌 것이 5개였습니다. 비포장도로는 버스 한 대만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좁았습니다. 앞에서 다른 차가 오면, 우리 차는 숲속으로 쪼그리고 들어가 있어야만 했습니다. 차가 지나가면 흙먼지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가 “와우!”하니, 아담이 “저 먼지를 다 마시지 않고 가게 되어서 얼마나 감사한 지 모릅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에어컨 버스가 없어거든요. 그래서 저런 먼지들을 다 마시면서 다녔지요” ‘와우’라는 소리도 더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 달리더니 버스를 옆 도로로 천천히 세웠습니다. 조수가 큰 소리로 뭐라고 하니 사람들이 하나 둘 차에서 내렸습니다. “저 조수가 뭐라고 했는데 사람들이 다 내리는거야?” 아담이 “일 보는 시간입니다.”라고 하더니 자기도 차에서 내렸습니다. 남자들은 오른쪽으로, 여자는 왼쪽으로 갔는데, 여자들은 가방에서 큰 보자기들을 하나씩 꺼냈습니다. 그리고 남자들이 보는 가운데 보자기로 자신들의 뒤를 가리고 일을 보고 일어났습니다. 차에는 나만 남아 있었는데, 내리지 않기를 참 잘했다 싶었습니다.

이미 해는 저물고 밤 주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큰 산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가파른 산악 도로는 더 파져있었습니다. 운전기사는 계속해서 저속 기아로 변속하면서 올라갔습니다. 차가 금새라도 설 것만 같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 해서 언제 양곤까지 갈 수 있겠나 싶어서 “아이구~”라고 했더니 아담목사가 웃으면서, “그래도 감사한 것이 지금 차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양곤을 향해서 1m라도 움직이고 있다면 그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가다가 버스 밑바닥에서 엄청 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으끄!” 걱정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도로에 박힌 큰 바위와 충돌했던 것입니다. 버스는 멈추고 말았습니다. 점검을 한 운전기사는 모든 승객들에게 내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차 밑으로 들어가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이러다가 이 산에서 밤을 새는 것은 아닌가 걱정되었습니다. 약 30분이 지나자, 버스 밑으로부터 기사가 나왔고, 승객들에게 다시 타라고 했습니다. 승객들은 그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운전기사가 바꿨습니다. 하루 이상 소요되는 운전이라 차에는 두 운전수가 동승을 하고 있어서 교대를 했던 것입니다.

자정 가까이 되었습니다. 벌써 14시간째 운전. 그러나 아직까지 산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억지로 자려고 했지만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버스는 에어컨 버스였지만, 사이즈는 대형 고속버스가 아니고, 한국에 있는 중형 마을버스와 같았습니다. 의자와 의자 사이는 무릎이 낄 정도로 좁았고, 좌석은 뒤로 넘어가지도 않았고, 쿠션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의자에 붙어있었습니다. 피곤해서 잠을 자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가지 않는 지루한 시간을 잊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꼿꼿이 앉은 채로 고통스런 밤이 보냈고, 버스는 쉬지 않고 나를 흔들며 달렸습니다.

새벽이 동트고 있었습니다. 새벽 4시 30분. 버스는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곳곳에 움푹움푹 파진 구멍들 때문에 속도는 여전히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나라이고 고속도로는 그 나라 동맥인데, 가슴이 아파서 미얀마를 위해서 더 많이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아담목사가 이번 칼라이미오 집회 때 소 한 마리 잡은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고 다시 말해 주었습니다. Chin States 사람들은 고산 지대에 살기 때문에 물이 없어서 논농사가 되지 않아, 그 흔한 쌀밥도 자주 먹지 못하고, 옥수수를 갈아서 죽으로 먹는 일이 태반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Chin 성도들에게 이번에 칼라이미오 교회가 소 한 마리를 잡아서 5일 동안 매일 소고기로 배불리 먹게 해주었던 것은 대단한 축제였다고 했습니다. Chin 성도들이 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가슴이 먹먹할 정도 저려왔고, 멀리 보이는 Chin State를 향해서 기도했습니다.

오전 9시. 23시간 경과 후, 칼라이미오를 떠난 후 처음으로 마을 보았습니다. 하루 동안 내려오면서 멀리 드문드문 서 있던 외로운 집들은 보았지만, 집단 마을은 칼라이미오를 떠난 지 약 23시간만에 처음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그 근방에서 전신주도 처음 보았습니다. 너무 반가워서 아담에게 “저기에 전기줄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담은 “네, 여기서부터 약 20분만 내려가면 대통령 궁이 있는 새 수도 네피도(Naypyidaw)가 나옵니다.”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가까이 산다고 전기가 들어오고 있다니....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피도로부터 약 3시간 더 내려가니 고속도로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휴게소가 있었습니다. 그 휴게소까지 올 동안에 공장 하나 보지 못했고, 주유소 하나 보지 못했고, 고속도로변에 흔히 있는 간판 하나 보지 못했습니다. 25시간만에 도착한 휴게소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있었습니다. 주유소, 식당, 화려한 간판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에 수세식 남자/여자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아이고~~”했습니다. 그곳 식당에서는 내가 원하는 음식을 주문할 수 있어서 볶음밥을 주문했습니다. 아내는 콜라는 절대 먹어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옆에 지금 그 아내도 없고 해서 여종업원에게 콜라 있느냐고 했더니 있다고 해서 주문했습니다. 볶음밥과 콜라가 나왔습니다. “어어, 그런데 그건 뭐야?” 가짜 콜라였습니다. 아담목사는 웃으면서 “여기에서 만든 콜라입니다. 맛보세요. 참 맛있어요!”하는 것이었습니다. 똑 쏘는 맛만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게소 가게들을 돌아보고 있는데, 내 앞에 앉아서 가던 미얀마 스님이 나를 보더니 거의 하루 동안 함께 타고 왔다고 반가웠는지 무엇을 나에게 건네주는 것이었습니다. 담배였습니다. 먼저 자기 담배에 불을 붙이고 나에게 권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나는 정중히 거절하고, 아담목사에게 미얀마 중들은 담배를 피우냐고 했더니 “술도 마셔요!”하는 것이었습니다. 미얀마 불교도 참 그랬습니다.

휴게소를 떠나면서부터 내가 생각하는 개념의 고속도로로 진입한 것 같았습니다. “엇! 저것은 뭐야?” 25시간만에 본 도로 안내판이었습니다. “양곤, 직행하십시오.”라고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가니, 고속도로 지점을 알리는 콘크리트 조형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숫자로 “170, 169, 168, 167”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분명히 숫자는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양곤으로부터 올라 온 거리임에 틀림없었습니다. 달리는 중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비포장도로는 나를 좌우로 흔들었고, 고속도로는 나를 상하로 흔들었습니다. 고속도로 포장 기술이 좋지 않아 몸이 위 아래로 튀어 책 한 줄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일한 기쁨이 거리 안내판 숫자를 거꾸로 세는 일이었습니다. “121, 120, 119, 118...” 그리고 “100”이 딱 나왔을 때, 아담에게 말했습니다. “저 숫자들이 양곤까지 남아있는 거리를 말하는 것이 맞지?” “네” “와우! 그럼, 이제 100km 남았네.” 그랬더니 아담이 한다는 소리가 “목사님, 저희 미얀마에서는 km가 아니라 mile로 씁니다. 100km가 아니라 100mile 남았다는 뜻이니 앞으로도 2시간 더 이상 가야 양곤입니다.” “뭐라고? 킬로미터가 아니라 마일이라고....으으으” 그때부터 숫자를 세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버스는 양곤 톨게이트를 통과해서 시외버스 종합 터미널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조수 자리 위에 붙어있는 시계는 “14:05”(오후 2시5분)이라고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칼라이미오를 출발한 지 정확히 28시간만이었습니다. 시외버스들은 양곤 지역 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되어 있어서 고속도로 가까운 곳에 종합 터미널에서 승객들을 내려줘야만 했습니다. 수 십 대 버스들이 도착해서 승객들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다 등을 두드려주고 싶을 만큼 수고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운전수, 조수, 승객들. 아담은 내 손을 꽈악 잡더니 “목사님, 결국 해내셨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아담, 당신도 수고 많았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칼라이미오 선교를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마닐라를 출발해서 양곤 시외버스 종합 터미널까지의 수많은 일들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아담목사 말대로 결국 우리는 해냈습니다. 발이 닿는 곳마다 두려움과 고통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행복한 고문이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의 발걸음을 아름답게 해주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다시한번 지난 10일 동안 부족한 사람을 위해서 가슴 조이며 기도해주셨던 모든 교회와 목사님들 그리고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승리하고 돌아갑니다. 마닐라에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Rev. Joshua Hankap Yang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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