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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물지 않아도 아픈 손가락

고봉주2012.05.26 05:13조회 수 702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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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침에] ~~~~ 이기희




깨물지 않아도 아픈 손가락

    세상에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있을까. 그런데 깨물지 않아도 늘 아픈 손가락이 있다. ※ 못난 자식이다. 사람 구실 제 몫을 못하는 자식을 둔 부모는 죄인처럼 산다. 못난 자식만 속을 끓게 하는 것도 아니다. 잘나면 잘난만큼 혹여 사고라도 칠까 아래로 굴러 떨어지지나 않나 마음 졸이기는 마찬가지다. 우리집은 손가락이 셋이다. 굵고 잘(?) 나가는 엄지 손가락 집게 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 약 손가락을 다 합친 당차고 오지랖 넓은 손가락 하나 그리고 늘 가슴 아픈 새끼 손가락이 있다. 내 아픈 새끼 손가락은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났다. 다운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정상인보다 1개 많은 염색체 질환으로 정신 지체 신체 기형 전신 기능 이상 성장 장애 등을 일으킨다. 식도가 막힌 채로 태어난 딸 리사는 태어나자 마자 미세수술로 생명을 건졌다. 또한 심장기형으로 태어났지만 체중 미달로 수술이 불가능해서 심장 판막수술을 받기까지 7년이나 걸렸다. 생명은 정말 모질다. 풀잎만큼 가는 목줄기로 젖 한 방울을 더 빨기 위해 온 몸을 파르르 떨며 목숨줄 놓지않던 딸 애 얼굴이 생각난다. 어떻게 그 힘든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었는지 기적은 희망이라는 젖 줄을 놓지 않는 순간에 일어난다. 수술 후 정말 기적같이 모든 것이 좋아졌다. 리사는 누구보다 씩씩하고 건강하며 유머 감각은 일품이다. 축구도 잘하고 가족 단위 골프 레슨 땐 실수(?)로 '홀인 원'을 날려 온 가족을 감동시키고 스스로도 의아해 했다. 리사의 IQ는 90정도 일반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베이커리에서 일한다. EQ(감성지수)는 무한대 리사는 정말로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게 분명하다. 살면서 가슴 짠한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지난 주에 리사와 함께 개 놀이공원에 갔는데 내가 칠칠맞게 철장 문틈에 손가락이 끼여 피멍이 들었다. 별로 큰 상처가 아니라서 아이스크림 사 먹고 돌아와 장 본 물건을 꺼내는 데 리사가 밴드에이드을 들고 부엌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제 딴엔 엄마가 손 다친 게 무척 걱정됐던 모양이다. 호호 불며 그 작은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밴드에이드를 붙여준 뒤 다음부턴 조심하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 날 리사가 내 손가락에 붙여 준 작은 밴드에이드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어떤 상처도 한 방에 날리는 특수 반창고였다. 우리 애들은 각별히 사랑이 많고 주변 사람을 잘 보살핀다. 그 사랑과 배려의 중심에 리사가 있다. 엄마에게 무슨(?) 일 생기면 서로 리사의 보호자가 되겠다고 두 녀석이 티격태격 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아들은 이 집 대통 이을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우기고 딸은 네가 장가가면 마누라 누가 될지 모르는데 함부로 못 맡긴다며 맞선다. 아무리 아픈 상처도 이마 맞대고 함께 보듬으면 새 살이 돋는다. 서로 깍지 낀 손을 놓지 않으면 아픈 손가락으로 사랑의 서사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가시에 찔린 상처의 흔적으로 꽃 한 송이 피우는 장미의 붉디 붉은 아름다움이 아닐는지. 이기희 작성일 : 12-05-08 18:03 원본 출처 Joongang.c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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