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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교

필리핀.미얀마 양한갑선교사 선교통신118호

유대식2016.09.15 09:34조회 수 244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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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 선교통신 제118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

양한갑/최영인선교사

 

한 한센인의 삶과 신앙

 

첫 번째 만남

티나(Tinah)와의 만남은 20년 전으로 돌아간다

20년 전 딸라 한센 병원은 군대 막사와 같았다

한 병실에 30명 환자들이 허름한 침대에 누워있었다

한 병실을 방문했을 때, 마침 간호사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한 소녀를 보았다

조용히 다가 갈 수 있었다

간호사가 거즈를 걷어내자 허물허물한 살이 보였다

약솜으로 그 부위를 닦자, 살이 힘없이 허물어지며 떨어졌고, 하얀 뼈가 보였다

그때 그 소녀는 몸을 떨면서 절규했다

차라리 죽여주세요.” 

그녀의 울부짖는 소리에 내 몸은 그녀와 함께 떨고 있었다

한국에서 만났던 한센인들은 모두 완치가 된 한센인들이었다

그 날, 딸라 한센 병원에서 만났던 그녀는 내가 처음으로 만났던 양성 환자였다

그녀가 바로 티나였다.

 

두 번째 만남

13년 만에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갔을 때, 나는 딸라(Tala)에서 다시 티나를 만날 수 있었다

100미터 전방에서도 나는 그녀를 알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완치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얼굴, 손가락, , 다리에 고통스러운 한센병 자국들이 깊게 파여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감사했던 것은 티나가 그새 결혼해서 남편과 자녀를 둔 아내와 엄마가 되어 있었다.

 

딸라교회 개척 멤버

다시 딸라로 돌아온 나에게 티나는 든든한 교회 개척 동역자가 되어 주었다

집 주변에 있는 한센인들을 전도해서 교회로 인도해 왔다

어느 날, 티나 집을 심방했다

그곳에 몇 주 전에 등록한 새 신자가 있었다. 그녀도 한센인이었다


심방을 마친 티나는 그녀에게 심방을 받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집이 너무 누추해서 모실 수가 없다고 사양했다

그때 티나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사는 집에 대해서 부끄러워 할 것이 없어. 우리가 사는 집은 다 임시로 사는 텐트일 뿐이야

진짜 우리의 집은 저 천국에 있어. 그러니 부끄러워 하지마.” 

그것은 너무도 확고한 티나의 천국 신앙이었다.

티나의 말에 크리스틴은 수줍게 웃으면서 나를 데리고 그녀의 집으로 갔다

왜 그녀가 주저주저했는지 알 것 같았다

집이라고 말할 수 없는 곳이었다

쓰레기더미에서 주은 찢어진 비닐 천들을 이리저리 덮어서 만든 정말 텐트 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좁은 공간에 침대 메트레스가 하나 놓여 있었다

스프링이 이쪽저쪽 튀어나온 메트레스였다

누가 버린 것을 가져 온 것이 분명했다

한센인의 고통스런 삶은 그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남편의 외도

가슴 아픈 소식이 들려왔다

티나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살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티나 남편은 한센인이 아니었다

미장일을 하는데, 극히 건강하고 잘 생긴 남자였다

티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러나 남편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보기에도 자신의 모습이.... 

그래서 티나는 남편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음이 깊고 넓은 것이 아니라

한센인이기에 받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운명처럼 그렇게 고스란히 받아드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티나는 목사님, 오래 나가있지는 않겠지요? 우리들 곁으로 곧 돌아올 것을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티나는 새벽기도회 신자가 되었다.

 

돌아온 남편, 떠난 아들

오랜 기도 끝에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남편은 그냥 돌아온 것이 아니라 폐결핵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래도 티나는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기뻐했다

그런데 어느 날, 티나가 급하게 달려왔다

한 살 된 아이들이 너무 아파서 병원으로 데리고 갔더니 의사가 결핵이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아들의 병원비를 후원했다

그러나 그 어린 아들은 한 달 후에 천국으로 가고 말았다

티나를 위로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폐결핵을 가지고 아내 품으로 돌아왔던 남편이었지만

한 살 된 아들은 그 폐결핵을 가지고 엄마 품에서 떠나고 말았다.

 

더 헌신했던 티나

아들을 먼저 보낸 티나는 교회 일에 전념했다

한센병으로 열 손가락이 다 굽어버렸지만, 티나가 만든 음식들은 다 맛이 있었다

교회의 온갖 행사에 그녀는 항상 큰 도우미로 섬겼다

섬기는 일이면 섬기는 일에, 기도하는 일이면 기도하는 일에

배우는 일이면 배우는 일에 그녀는 열심을 내었다

티나는 그렇게 성전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갔다.

 

큰 딸 로나 메이 제자훈련학교(DTS) 등록

티나에게는 아주 총명한 딸이 있다

큰 딸 로나메이(Rona May). 전교에서 1등을 하는 수제다

그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 교회 안에 제자훈련학교(DTS)를 개설했다

그리고 로나메이를 비롯해서 가난한 한센인 자녀들 5명을 교회에서 기숙하도록 하고 

전도사들 밑에서 신앙훈련과 특별 과외 지도를 받도록 했다

모든 면에서 큰 진보가 있었다. 로나메이도, 티나도 행복해 했다.

 

그런데....

참으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로나메이가 한센병에 걸린 것 같다는 보고였다

믿고 싶지 않은 보고였다

결국 검진을 받았다

한센병 양성 반응이 나왔다

제일 먼저 티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엄마처럼 큰 딸이...” 

내 기억은 자동적으로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차라리 죽여주세요.”라고 절규했던 티나의 모습이 바로 지금 14살 된 그녀의 큰 딸 로나메이 속에 다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고통스런 절규를 다시 들어야 한단 말인가

로나메이가 티나 딸이었기에 가슴이 더 찢어지고 더 아프고 더 아팠다.

 

미얀마로 떠나면서

미얀마로 떠나기 전

지난 717일 주일 예배에 티나와 로나메이가 함께 참석했다

곱게 머리를 빗고, 깨끗한 옷으로 차려 입고 로나메이는 엄마와 함께 앉아 있었다

예배 시간 내내 모녀는 밝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예배 후에 그들을 따로 만났다

티나, 로나메이. 3주일 동안 내가 여기에 없다. 미얀마에 가서도 기도할께. 힘내!” 

더 좋은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티나가 말했다

목사님, 저희는 염려하지 마세요. 약 먹으면 돼요. 미얀마 선교를 위해서 매일 기도하겠습니다. 힘내세요.” 

우리는 그렇게 또 헤어졌다.

 

미얀마에서 돌아왔을 때

미얀마 선교를 마치고 필리핀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가슴이 무너지는 소식을 들었다

로나메이의 상태가 급속하게 나빠졌다는 소식이었다

렉스(Rex)전도사 찍은 사진을 보았다

“NO! 아버지. NO!”라고만 했다

로나메이의 다리는 이미 까맣게 되어 있었다

코도... 그 예뻤던 얼굴도....


나는 지금 큰 딸 로나메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티나(Tinah)라는 한 한센인 자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나는 그녀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

한 여자로서, 한 아내로서, 한 엄마로서 티나의 삶에는 너무도 무겁고 너무도 무서운 바위들이 계속해서 굴러 떨어졌다

살점이 뚝뚝 떨어질 때 차라리 죽여달라고 절규했던 티나

남편의 외도와 폐결핵, 아들의 죽음 그리고 큰 딸 로나메리의 한센병 판정

티나의 고통은 도대체 어디에서 멈출 수 있을까

지난 20년 동안 나는 티나에게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항상 가난했고, 항상 배고픈 티나였다.


814

주일예배를 마친 티나에게 말했다

조금 있다가 집으로 갈께. 로나메이, 집에 있지?” 

, 목사님.” 

티나는 너무 기뻐했다

3주만에 나를 보았지만, 울지 않았던 티나를 보니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눈물을 숨기고 있는 티나의 모습이 내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티나의 집은 교회에서 그리 멀지 않다

걸어서 10. 큰 신작로를 지나, 작은 골목으로

작은 골목에서 다시 더 좁은 샛길로, 그리고 그 샛길에서 티나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딱 한 사람만 통과할 수 있는 폭이 50cm도 되지 않는다

집 전체 크기는 두 평 정도

그런데 그 안에 모든 것이 있다. 방도 있고, 부엌도 있고, 화장실도 있다

그 좁은 곳에서 다섯 식구가 살고 있다.


로나메이를 보았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그런데 눈물은 닦지 않고, 급하게 수건으로 발을 감추고, 얼굴을 감쌌다

아하~~~ 하나님.” 

내 안에서 저절로 신음 소리가 나왔다

로나메이의 오른 발은 이미 퉁퉁 부어있었다

발톱이 들고 일어나 곧 빠질 것처럼 되어 있었다

피부색도 이미 검붉은 색으로 진행이 되어 있었다

코는 곧 터질 것처럼 부어있었다


그 예뻤던 얼굴이.... 

이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그때 나는 티나를 보았다

딸 곁에 쪼그리고 앉아서 딸을 보면서 밝게 웃고 있었다

좋아서, 대견스러워서 웃는 웃음은 결코 아니었다

엄마가 딸에게 끊임없이 용기를 보내는 희망의 미소였다

엄마는 그렇게 딸에게 너는 이길 수 있어. 힘내라고 응원을 하고 있었다


로나메이에게 말씀을 전할 때, 옆에서 엄마가 더 많이 아멘, 아멘, 아멘.”하며 들었다

그것 역시 딸에게 아멘 응원을 보내는 엄마의 믿음이었다.

예배를 마친 나에게 티나는 감사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목사님, 의사가요. 일찍 발견을 해서 6개월만 성실히 약을 먹으면 완치가 된데요.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학교 교장선생님이 집에서 치료하면서 학교에서 보내주는 숙제를 해서 담임교사에게 제출하면 

유급시키지 않고 1년 후에 정상적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해주시겠데요. 얼마나 감사한지....”

 

순간 나는 티나와 다른 내 자신을 보았다

목사였지만 나는 티나의 삶을 지켜보면서 계속해서 하나님을 원망하고 있었다

하나님, 어떻게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티나에게 있어야 합니까? 그녀를 축복해 주실 수는 없습니까?” 

그런 내 앞에서 티나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있었다


티나와 내게 차이가 있다면, 나는 흔히 높은(?) 곳에서 내려왔고, 티나는 낮은 곳에서 올라온 차이였다.

나는 하나님께 어떻게 이런 일을 티나에게 행할 수 있습니까?”라고 소리쳤던 위(?)에 있는 교만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티나는 낮은 곳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작은 일에서도 

그녀는 너무도 쉽게 행복을 찾아냈고, 기쁨을 찾아냈고, 감사를 찾아냈던 것이다.

 

교회로 돌아오면서 내 자신에 대한 자책감 때문에 발걸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교회로 돌아오면서 수 십 번 생각했다

티나의 믿음이 내 믿음보다 훨씬 더 훌륭해. 아이구~~~ 부끄럽다.” 

미얀마 선교를 마치고 돌아온 나에게 들려온 소식은 너무도 충격적이고 너무도 가슴 아픈 소식이었지만

오늘 나는 그 고통의 현장에서 티나(Tinah)”라는 큰 믿음의 용사를 만나고 왔다

믿음의 어머니, 티나의 간호를 받고 있는 로나메이가 속히 완치될 것을 믿는다.

 

오늘 이 선교통신을 전하는 이유가 있다. 내 안에 이런 외침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러분에게 기회가 주어져 딸라(Tala)를 방문할 수 있게 된다면, 이 사람은 꼭 만나보고 가셔야 합니다

바로 티나(Tinah)입니다.”

 




양한갑선교사 (Joshua Yang)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 Asia Leprosy Mission
Korea (82) 010.9931.1254
Philippines (63) 0939.903.5516
Myanmar (95) 0926.412.8188
www.LoveAL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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