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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교

필리핀.미얀마 양한갑선교사 선교통신 114호

유대식2016.05.25 11:21조회 수 262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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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 선교통신 114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

양한갑/최영인 선교사

 

 

Cecilia Mission Home 건립을 위해서

 

아주 어렸을 적에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서 큰 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는 믿지 않았다

동네 우물물도 사먹지 않았는데, 흘러가는 강물을 돈을 주고 사서 먹을 사람이 어디 있었겠느냐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저 사람들이 웃자고 지어낸 시대 풍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 생각이 달라졌다.

 

봉이 김선달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내는데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평양에 사는 양반들이 건강을 극진히 챙긴다는 것을 알았고

청정지역에서 공급되는 생수라면 그 양반들에게 큰 붐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생수 사업을 새 아이템으로 정했다

그는 양반들의 입맛이 무척 까다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맑고 깨끗한 생수를 찾기 위해서 깊은 숲속 샘물과 약수터들을 샅샅이 뒤졌을 것이다.

 

여기에서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봉이 김선달이 최종적으로 이것이다!”라고 선택했던 생수는 바로 대동강 물이었다

그는 물지게꾼들을 고용해서 양반들의 집까지 생수를 배달해주고 돈을 받았다

점점 김선달의 생수가 정말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게 되어 대박을 쳤다

그리고 그는 적기에 다른 사람에게 그의 판권을 4,000량을 받고 팔았다. 참으로 기이한 사람이었다.

 

내가 보는 것은 그의 빼어난 사업 수단이 아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대동강 물이다

그가 한 일은 정수처리도 하지 않은 대동강 물을 그냥 퍼서 배달을 해준 것뿐이었다

놀랍게도 양반들은 그 대동강 물을 맛보고 김선달에게 돈을 주고 사 먹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 만큼 대동강 물이 살아있는 생수였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가 먹는 물은 어떤가? 모든 샘물, 모든 강물, 모든 지하수까지 다 오염이 되고 말았다.


이번 한국 방문 때, 기차를 타고 지방을 다녀왔다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외진 시골 골짜기 골짜기까지 

높은 고층 아파트들이 느타리버섯처럼 땅 위로 쑥쑥 솟아나 있었다

고속도로는 뻥뻥, 차량들은 쌩쌩

어디를 가나 잘 사는 대한민국처럼 보였다


그런데 몇 주 살아보니 모든 것이 오염 투성이었다

생수만 사먹는 한국이 아니라 공기까지 사먹는 한국이 되어 있었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집집마다 공기청정기를 가동시키면서 비싼 공기를 사먹고 있었다

음식 천국이 된 한국, 매일 매일 소개되는 새 메뉴들이 도대체 몇 개인지도 쉘 수가 없었다

거리에 보이는 것이 음식점이다. 보이는 것이 약국이고, 병원이다. 이 방 저 방에 약봉지들이 굴러다닌다

그 수많은 약들이 체내에 독으로 쌓인다

좋은 시설, 좋은 음식, 좋은 의료, 좋은 복지 속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정말 제대로 잘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선교지로 눈을 돌려본다

선교지 역시 많은 선교 쓰레기들로 오염이 되어 있다

선교지에 멋진 교회, 멋진 학교, 멋진 병원, 멋진 센타들이 하얀 느타리버섯처럼 쭉쭉 세워지고 있지만

우리는 정말 잘 하고 있는가?”하는 자성을 한다

봉이 김선달과 같은 선교사가 한 둘이 아니다

그들은 기발한 선교 아이템들을 개발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이용해서 큰 부자가 된다

4,000량에 대동강 생수 사업 판권을 팔고 부자가 되었던 김선달처럼

많은 선교사들이 몇 년 후에 교회를 팔고, 센타를 팔고, 학교를 팔아서 거액을 챙겨서 선교지를 떠나고 있다

닭을 봉황새라고 속여 팔았던 봉이 김선달이 선교지에도 있는 것이다

선교사뿐이겠는가

현지인 목회자들도 돈에 눈들이 멀었다

어떻게 하면 선교사를 속일까? 어떻게 하면 몰래 팔아서 내 것으로 만들까? 왜들 그럴까? 부끄럽다.

 

우리를 정말 부끄럽게 하는 한 한센 할머니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미얀마에서 돌아온 그 다음 날, 딸라교회에서 60세 이상 된 한센 어르신 초청 잔치가 있었다

80명의 어르신들이 오셨다. 3개월에 한 번씩 맛있는 점심을 대접해 드리는 잔치였다

그런데 그 잔치에 보이지 않는 분들이 계셨다

많이 아파서 오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8년 동안 예배에 빠진 적이 없으셨던 분들이었다

거기에 전도사들이 가슴 철렁한 말을 했다. “오래 못 사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어르신들을 급히 심방했다.

 

그 분들 중에 세실리아(Cecilia) 할머니를 소개하고 싶다

올해 82

한센병으로 열 손가락과 오른쪽 다리를 잃으셨다. 가족도 없다

나를 보자마자 목사님!”하면서 내 손을 잡고 엉엉 울기를 시작했다

손가락이 없는 두 손을 주저함 없이 내게 쑤욱 내밀어 주는 일도 몇 년 되지 않았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절대로 당신의 손을 내어주지 않으셨던 분이었다

왼쪽 눈 밑에 시커먼 멍이 있었다

한쪽 다리가 없는 할머니가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나가려는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방문 모서리에 눈이 찍혔던 것이다

박살이 난 돋보기 안경을 내게 보여주었다

안경 유리 파편과 금속 테가 눈을 찌르지 않은 것이 너무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해드렸다

그리고 봉투에 1,000페소(한화 약 25,000)을 넣어서 먹고 싶으신 것 있으면 사서 드시라고 드렸다

받을 수 없다고, 받으라고, 받을 수 없다고, 받으라고 하기를 수차례. 결국 할머니는 받으셨다.

 

그리고 며칠 뒤,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세실리아 할머니가 당신의 집을 교회에 기증하겠다는 소식이었다

우레처럼 하늘과 땅이 흔드는 소리였다. 믿기 힘들어 몇 번을 확인했다

1991213. 국가로부터 한센인들에게 배당된 70평 땅이었다

지난 25년 동안 살았던 그 정든 집을 내놓으셨던 것이다

할머니의 집으로 갔다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요... 할머니, 제가 이 집을 사겠습니다.” 

아닙니다. 목사님. 저는 이 집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목사님께 드리겠습니다

며칠 전에 내가 목사님의 돈을 받았으니, 오늘은 목사님이 내 집을 받으셔야 합니다. 하하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세실리아 할머니의 그 소중한 드림을 고스란히 받아서 주님 앞으로 가지고 가는 일임을 알았다.

 

그래서 오늘, 2016524

세실리아 할머니는 교회 앞으로 명의를 이전하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당신 집을 주님 앞에 온전히 드렸다

사람들을 속이고 [전부]를 먹으려는 봉이 김선달 같은 선교사들과 목회자들이 있는 이 세상에서 

한 한센인 할머니는 죽기 전에 그 분이 가지고 있던 [전부]를 주님께 드렸던 것이다

예수님은 가롯유다에게 오늘 이 여인이 내게 행한 일을 똑똑히 보았느냐?”라고 말씀하시고

다른 제자들에게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가 행한 일도 말하여 그를 기억하라.”라고 하셨다.

 

나드향 한 옥합 전부를 드렸던 그 여인처럼

세실리아 할머니의 그 전부를 모든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선교사가 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

70평 부지 위에 세실리아 할머니처럼 가족이 없는 70세 이상 되신 한센 어르신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짓는 일이다

모든 분들이 할머니를 기억할 수 있도록 이름도 “Cecilia Mission Home”이라고 하고 싶다

3,000만원의 예산으로 약 열 분의 한센 어르신들이 사실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

Cecilia Mission Home이란 이름으로 후원해 주시면 세실리아 할머니의 이름과 함께 

여러분의 이름도 함께 기억되실 수 있도록 섬기겠습니다


양한갑선교사 (Joshua Yang)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 Asia Leprosy 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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